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많은 존재들을 마주하며 살아간다.
그것들은 형태를 갖지 않지만,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.
울림, 공기, 침묵, 그리고 그 사이를 채우는 미세한 진동들.
나에게 음악은 멜로디나 리듬 이전에 소리 그 자체다.
소리는 감정이 태어나기 전의 상태이며,
말이 되기 전의 생각이고,
의미로 규정되기 전의 존재다.
그래서 나는 음악을 만든다기보다
소리가 스스로 드러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.
보이지 않는 것들이 서로를 인식하고,
잠시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순간을 위해.
나는 음악을 넘어 소리를 사랑하는 작곡가다.
그 사랑은 결과를 소유하려는 마음이 아니라,
지금 이 순간 울리고 사라지는 것들을
아름답게 허락하는 태도에 가깝다.